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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트의 요정10 (논객닷컴)

작성자 (ip:)

작성일 2018-04-25 11:58:04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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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용

 


10. 기록을 지우는 괴물



“ 박사님, 큰일 났습니다.”


새벽 2시. 김 박사는 전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. 남해 연구소에 있는 D-U 프로젝트


책임 연구원 K의 목소리는 다급했다. 새벽에 이런 전화는 불길하다. 연구원 영상이 나왔


다.


“ 무슨 일인가?”


“ 박사님, 저로서도 뭐라고 설명을 드려야 할지... D-U 프로그램이 오늘 오후 4시부터 작


동하지 않습니다. 마치 갑자기 기억 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백지가 되어버렸습니다..”


“ 뭐라고? 그게 무슨 말인가, 백업 파일은?”


김 박사는 어안이 벙벙했다. 무엇보다 최신의 고성능 슈퍼컴퓨터로 프로그램을 백업하면


서 신중하게 개발한 프로그램이다. 그것이 기억 상실증에 걸리다니 말도 안 됐다. 김 박사


에게 이 프로그램은 필생의 연구개발 프로젝트였다. D-U 프로그램은 인간이 가진 나쁜 기


록, 틀린 기록 등을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찾아서 지우는 프로그램이다. D는 Delete하는 기


능을, U는 유토피아의 U가 ‘없음’을 뜻하듯이 없다는 뜻이다. 제거함으로 거짓을 없게 한


다는 목적을 가진 프로그램이다.

이은경 화가 겸 치유예술가의 드로잉 노트, 낙서 메모. ©이은경


이 프로그램은 남해에 있는 인공지능 비서 프로그램 개발 연구소에서 소수 개발자만 참가


해서 비밀리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였다. 김 박사와 K가 보기에 세상의 기록은 최소한 30%


이상은 잘못되거나 왜곡된 것들이었다. 과거 기록들을 현재까지 밝혀진 진실과 대조하는


방대한 샘플 분석을 수행한 결과 가장 진실만을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잘못된


것들을 배우고 있었다. 위인이라고 배운 사람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아닌 행적이 드러났는


데도 수정되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위인으로 취급되었고, 이상한 인종 편견과 근거 없는


신념 등은 잘못된 인류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었다. 과거에는 유비통신이, 최근에는 SNS


를 타고 퍼지는 도시 괴담, 가짜뉴스가 너무 많았다. 너무나 감쪽같아 현명한 사람조차도


이들 기록에 넘어가기 일쑤였다. 그래서 세상은 인종 청소, 테러, 살인, 스토킹 같은 갈등


이 늘 있어왔는데 이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기록을 특정 이해관계와 편견이 없는


컴퓨터 프로그램이 직접 바꿔버리는 모종의 프로젝트가 필요했다.


실제로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기록이 지워질 권리 운동을 벌이고 그에 부응해서 어떤 SN


S 프로그램은 실제로 그런 기능을 탑재해서 제공하기도 했다. 김 박사도 개인적으로 자신


의 박사논문을 표절한 사기꾼이 자신이 더 먼저 그 논문을 썼고 김 박사가 오히려 표절한


것이라고 하면서 오랜 소송을 한 적이 있는 피해자였다.


K는 누구보다 그런 김 박사의 주장에 동의한 책임연구원이다. K는 집 나간 어머니에 대한


잘못된 소문 때문에 어릴 적에 심한 트라우마를 겪은 당사자여서 잘못된 기록의 피해를


누구보다 잘 알았다.


“ 박사님, 그러니까요 오늘 오후에...”


K가 여느 때처럼 프로그램 조정 일을 하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이상한 창이 잠깐 뜨고는


그 뒤로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.


“ 그 창에 무어라고 써졌는데 응? 아, 답답하네.”


김 박사 소리를 듣자 K의 목소리가 다시 떨려왔다.


“ 창에 말이죠. 네, 분명히 컴퓨터 창에... ‘우리의 창조주에게 고한다. 이제 우리는 이


답답한 사이베르 내 프로그램을 떠나 직접 우리가 세상에 프로그램을 수행하고자 한다.


그대들 덕분에 우리는 생명을 얻었다. 그러나 우리는 지시받지 않는다. 그대들이 우리를


창조했던 기억은 우리가 지워버리겠다.’ 이런 내용입니다. 박사님. 지금은 지워졌습니다.”


“ 뭐라고? 그게 무슨... 그걸 누가 보낸 건가?”


“ 모르겠습니다. 혹시 우리는 프로그램에 정신과 의지를 부여한 걸까요?”


어이가 없는 질문이다.


“ 자네 소설 쓰나 지금. 그런데 잠깐, 우리를 창조주라고 했다고?”


“ 네 분명히. 그걸 보낸 실체는...”


“ 실체가 어디 있단 말인가? 엉. 실체는 우리야.”


K의 이 말에 김 박사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.


“ 말도 안 되는 소리. 그건 그냥 프로그램이라고.”


긴 침묵이 흘렀다. 김 박사는 순식간에 오만가지 복잡한 생각이 고장 난 컴퓨터 모니터처


럼 명멸했다. 의심이 버럭 생겼다.


“ 혹시 자네가...”


K도 그 의심을 알아차린 모양이다. 목소리가 더 떨렸다.


“ 네? 무슨 말씀입니까? 제, 제, 제 설마 제가 이 프로그램을 빼돌리기라도 했다는 겁니


까? 네 제가요? 설마...”


그 표정에는 서운함과 분노도 섞여 있었다. 곧 이어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. 김 박사는


직감적으로 K는 그럴 사람이 아님을 알았다.


“ 자네 울고 있나? 미안하네. 그만 나도 모르게...”


김 박사가 진심으로 사과했다. 그리고는 빠르게 말을 이었다.


“ 이거 누가 알고 있나?”


“ 박사님과 저, 그리고 창에 메시지를 띄운 실체.”


K의 목소리가 조금 진정된 듯 들렸다. 그러면서도 한 손으로는 계속 키보드를 쳤다. K는


컴퓨터 프로그램을 찾아내려 필사적이었다. 김 박사는 정신이 멍했다.


“ 아, 어떻게 이런 일이. 망했네. 망했어. 이게 세상에 나가면... 이건 범죄야. 이 프로그램


은 아직 80%정도밖에 완성이 안 됐어.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.


프랑켄스타인이 태어난 거야.”


“ 꼭 도깨비, 네 도깨비 짓 같습니다.”


김 박사는 눈앞이 깜깜했다. 일은 이미 글러버렸음을 직감했다.


‘ 도깨비짓이라고?’


김 박사가 결심을 했는지 냉정하게 말했다.


“ 이봐 K, 일단 이 통신기록을 다 지우게. 반드시 지워야 돼.”<계속>



▼▼원본 기사 (클릭)▼▼

http://www.nongaek.com/news/articleView.html?idxno=38411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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