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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트의 요정7 (논객닷컴)

작성자 (ip:)

작성일 2018-04-19 15:31:08

조회 420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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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용


7. 사막의 샘을 꿈꾸는 문지


시대마다 기록과 기억을 유난히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. 그들은 정말로 소중하여 기억

하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겼는데 네마조네스 이전 과거 시대에는 주로 일기라는 방식으

로 남겼다. 그런 일기로 아름다운 이름을 남긴 소녀, 안네가 있었다. 유대인이었다. 게르

마니가 국가적으로 아주 야만적인 학살 행위를 할 무렵, 가족과 함께 네덜란드로 피신

한 소녀는 다락방에 숨어서 2년간 일기를 썼다. 13살에 선물로 받은 일기장에서 종이

강인함을 발견했다고 쓸 정도로 일기를 사랑했다. 답답하고 외로운 다락방, 그 폐쇄

된 삶 속에서도 첫 사랑을 잊지 못하는 사춘기 소녀.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

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혜는 소녀를 매료시켰다.


소녀의 삶은 비록 변화없고 늘 건조한 사막 같았지만 어딘가에 샘은 반드시 있을 것이

라고 믿었다. 소녀의 엄마는 소녀를 이미 작가라고 말했다. 다락방 소녀의 일기에는 정

령이 깃들어 살았다. 그 일기 정령은 아주 고대에서부터 내려온, 요정들의 먼 방계요정

이었다. 어두운 다락방에 살기를 좋아하는 정령인데 그 정령때문에 인류는 외로운 이들

의 일기를 지켜낼 수 있었다. 그러나 정령은 유대인 소녀의 목숨을 지켜주지는 못했다.

소녀는 결국 다락방에서 발각되어 수용소로 끌려갔다. 일기는 정령이 지켜주었다. 세월

이 흘러 그 일기를 한국소녀 문지가 읽게 되었다. 문지는 목이 길고 눈이 맑은 17살 소

녀였다. 문지가 안네의 일기를 읽으면서 순결한 눈물을 흘리던 그 때, 잠자던 정령은 일

기에서 깨어났고 순결한 눈물을 타고 문지에게로 옮겼다.


©픽사베이


친구들은 문지를 ‘노트꽁주’라고 부른다. 가끔 어이없는 일, 이를테면 누가 문지의 노트

를 슬쩍 훔쳐본다든가 문지가 선물한 책에 대해 읽은 소감을 말해주지 않는다든가, 또

는 과거에 같이 했던 기억을 잊는다든가 하면 아주 꽁하게 굴기 때문이다. 문지는 알

싶은 것, 쓰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. 요절한 시인의 시를 필사하기도 하고, 먼 곳을

상상하고, 어느 날은 어린왕자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. <어린왕자>에 나오는 “사막이

아름다운 건 사막 어딘가에 샘이 숨어져 있기 때문이야” 라는 구절을 입버릇처럼 말했

는데, 문지는 그 샘이 지혜와 기억의 샘 미미르와 닿아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.


‘사막만 있고 보이지 않는 샘이 없다면 세상은 얼마나 재미없겠어.’


안네처럼 문지도 언젠가는 꼭 사막에 가보리라 샘을 찾으리라 꿈꾸곤 했다. 길을 떠나

는 카라반과 적막한 사막에 울려 퍼지는 낙타 방울소리, 밤에는 차갑게 식은 사막을 별

들이 지키고, 묵묵히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이겨내는 선인장, 세상의 지혜를 간직한 여

우와 뱀, 그리고 어느 날의 불시착과 낯선 만남. <어린왕자>는 문지의 판타지를 채워주

는 이야기였다.


문지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. 이야기 속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했던 것이다.

“어머, 얘가 내 이름을 써놓았네. 그러면서 이런 글을 쓴다고 말도 안 하고!”


말은 그렇게 해도 문지는 가슴이 뭉클해졌다. 우디가 이렇게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니.

‘그런데 꽁주라고. 후후. 내가 그랬나?’

‘내가 사막을 꿈꿨던 건 어떻게 알았지? 아, 거실에 어린 왕자 목각...’


소녀의 일기는 문지에게 충격을 줬다. 소녀는 자신의 일기장을 친구처럼 키티라고 이름

을 불렀고 “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견딘다”는 글도 썼다. 13살 소녀가 참고 견딘다

는 말이 문지는 슬펐다. 다락방, 창백한 얼굴의 외로운 소녀, 비참한 수용소가 떠올랐다.

‘얼마나 무서웠을까.’ 어느 날은 문지가 다락방에서 일기를 쓰는 꿈을 꾸기도 했다. 소녀

가 안쓰럽고 불쌍해서 눈물을 흘리는 순간, 무엇인가가 맑은 것이 자신에게로 옮겨온

같았다. 이후로 그 일기 소녀를 그렸다. 긴 흑발 머리에 창백한 얼굴, 그러나 샘처

맑은 눈으로 무언가를 갈구하는 소녀다. 소녀의 가는 허벅다리에는 한 그루 큰 나무

를 배경으로 별과 뱀 그림을 그렸다. 하늘에 떠있는 별, 어두운 곳을 기는 뱀. 소녀 그

림을 본 친구들이 그 부조화에 대해서 물어보면, 문지는 “그게 사막과 샘이야. 잊지 않

으려고.” 라고만 대답했다.


사막과 미미르 그리고 어린왕자, 꿈에서 본 소녀에 이르기까지 문지가 아끼고 좋아했

것은 모두 하나의 의미로 통했다. 그건 꿈꾸는 영혼에 대한 갈구였다. 문지는 비어있

는 노트 안을 상상으로 채우고 의미를 더하면 먼 어떤 세계와 닿는 느낌이 들었다. 노

트에 글을 쓰기 전 연필을 삭삭 깎다보면 어느 새 여행자 마음이 되었다. 연필은 나침

반, 노트에 글을 쓰는 행위는 사막 여행과 다름없었다. 문지는 학교 도서관에서도 느티

나무 아래 벤치에서도 노트를 펴들고 글을 썼다. 술술 글이 써지는 날이면, 어쩌면 자신

이 아니라 어디선가 노트의 요정들이 날아와 대신 써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.


“내가 이렇게 멋진 생각을 혼자서 할 리가 없어. 뭔가 이 안에 요정이 나의 생각에 숨

넣어주고 글을 이끌어 주는 걸 거야. 흠... 이 냄새, 혹시 요정이 뿌리는 향은 아닐

까?”


문지는 노트의 요정, 책갈피의 요정이 사막의 별처럼 어디론가 자신을 데려다 주는 것

이라고 믿었다. 그것이 비록 노트 안에서였지만 노트는 문지의 상상력을 차고 세상 어

디로도 날아갈 수 있었다. 문지에게는 늘 풍부한 페르푸메의 향이 났다. 습작 노트에 글

을 쓰고 책도 읽으면서 물론 노트북 메모도 했다. 아빠가 생일선물로 사준 노트북은 빠

르고 편리했다. 문지는 노트북 메모를 하면서 향을 느끼려했지만 그것은 어려웠다. 네마

조네스는 자신을 찾아온 소녀, 문지를 안다. 일기소녀 이야기도 다락방 정령을 통해서

들었었다. 문지가 사랑스러웠다. 그러나 네마조네스는 문지에게 뿜어 줄 페르푸메가 없

었다. 네마조네스가 두 요정에게 문지 이야기를 전해줬다.<계속>



▼▼원본 기사 (클릭)▼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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