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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트의 요정16 (논객닷컴)

작성자 (ip:)

작성일 2018-05-11 13:33:09

조회 599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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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용


그러나 우디의 꿈처럼, 나이테의 질문처럼 세상은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변해갔다. 사람


들은 기억을 무서워했지만, 자신에 대한 신비스러운 태몽을 꾸고 자신을 품어준 엄마를


기억하지 않을 수 있을까? 아빠가 무동 태워주고 귀를 잡아 서울 구경시켜준 기억도 부정


할 수 있을까?


다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생겨났다. 페르푸메가 피었다. 지식인들은 ‘좋은 습관’이라는


캠페인 테마로 책 읽기와 노트하기를 권장하기 시작했다. 페르푸메가 더 세졌다. 문지는


기뻤다. 우디가 다시 노트를 하기 시작했다. 그림도 그렸다. 눈도 맑아졌다. 드디어 사막


의 샘물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고 느꼈다. 문지는 신이 나서 자신의 노트와 남편 그리고


이웃 지인들의 노트와 책을 모아 “노트꽁주가 우리를 부른다”하며 찾아온 친구들과 함


‘위대한 메모리! 우리의 노트’ 전시회를 열었다.


그 노트에는 나이테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담겨 있었다. 그것이 작은 불씨가 되었


고 거짓 세상에 소금이 되었나보다. 사람들은 그 소소한 노트에 새삼 감동했다. 이 작은


전시회는 뜻밖에도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고 갓 결성된 ‘ 좋은 습관을 남기려는 엄마


들의 모임’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었다. 엄마들의 참여와 응원은 대단했다. 엄마는 자신


과 아이 그리고 사랑에 대한 기억이 누구보다 많은 계층이기 때문일까. 물론 유모리몬이


뿌리는 델레테 향이 더 강해졌지만 흐름은 이제 바뀌기 시작했다. 가을은 겨울에 지고 겨


울은 봄을 이기기 어렵다. 엄마 그리고 아빠들의 기억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. 4월은


잔인한 달이지만 생명이 다시 피어나려면 잔인한 시간은 견뎌야 했던 시간이었다. 방송


도 가세했다. 출연자들은 소소하지만 재밌는 기억을 들고 등장했으며 그런 프로그램들


높은 시청률을 보였다.

©픽사베이


변화는 강렬한 운동으로 전개됐다. 유모리몬이 점점 당황하는 것이 보였다. 이제 싸움은


끝났고 세상의 거의 모든 데이터를 청소했다고 자신만만했던 유모리몬으로서는 정말 뜻


밖의 일격이었다. 그들은 위대한 나무와 페르푸메의 힘을 간과했던 것일까.


문지는 인도네시아에서도 페르푸메가 강렬하게 뿜어져 나옴을 느꼈다. 그것은 멀리서 아


빠가 아들에게 보내는 페르푸메 메시지였다. 우디는 엄마의 노트와 일기도 읽었다. 성식


이 문지에게 보낸 편지도 읽었다. 살짝 부끄러운 것만 빼고.


“와, 엄마는 사막을 동경했던 소녀였구나. 긴 머리에 하얀 피부의 노트꽁주라니. 히히


히. 웃긴다. 엄마는 아빠가 엄마한테 어린 왕자였어? 근데 정말 사막의 샘물이 있는 거


야? 엄마는 한 번도 사막에 가본 적이 없잖아.”


우디의 속사포 같은 질문이 터졌다. 문지는 오랫동안 무엇이든 메모해두길 잘했다는 생


각이 들었다. 문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우디 머리를 쓰다듬었다.


“그럼, 엄마는 샘물을 봤어. 요기 내 앞에 요렇게 있잖아. 난 샘물을 찾은 운 좋은 엄마라


고. 후후.”


문지는 그러면서 우디가 손에 든 노트에 살고 있는 요정에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.


우디 방에 책이 쌓이고 노트하는 시간이 길어졌다. 우디는 세상의 훨씬 많은 기억을 알


싶어 했다. 눈동자도 점점 또래 남자 아이답게 맑아졌다. 우디는 점점 잘 웃었다. 우디


는곧 아빠에게 보내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했다. 그것은 아마도 노트의 요정 이야기일 것


이라고.


문지가 노트를 덮었다. 어느 덧 벌써 점심시간이다. 오랜만에 글을 읽는데 집중하느라 눈


이 뻐근했다. 눈을 감자 아직도 우디의 글씨와 나무요정의 잔상이 남아 있다. 우디가 쓴


이야기의 마지막 구절이 가슴 속에 선명하다. 다시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를 폈다. 에필로


그를 한 번 더 읽어보고 싶었다.


▼▼원본 기사 (클릭)▼▼

http://www.nongaek.com/news/articleView.html?idxno=39040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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